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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과 충 — 글자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부딪칠 때

묶이는 자리와 흔들리는 자리, 그 둘이 만드는 관계의 동역학

여덟 글자를 세고, 다섯 기운의 균형을 보았다면, 그다음 자리는 글자와 글자 사이의 관계다. 사주에서 한 글자는 혼자 서 있지 않는다. 옆자리의 글자와 끌어당기거나, 부딪치거나, 서로의 자리를 비틀거나 — 그 관계의 그림이 한 사주를 한 사람으로 만든다.

이 관계의 이름이 , , 이다. 흔히 합은 좋고 충은 나쁘다고 한 줄로 말해지지만, 그 한 줄은 명리의 절반도 담지 못한다. 합은 묶임이고 충은 흔들림이다. 묶임이 답답할 수도 있고, 흔들림이 길을 여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그 관계의 다섯 결 — 천간합·삼합·육합·충·형 — 을 차분히 짚는다.

하늘의 줄에서 만나는 짝, 천간합

천간 열 자 가운데, 다섯 쌍이 을 이룬다. 음양이 다르고 자리가 멀리 떨어진 두 자가 만나면 묶이며 새로운 기운으로 화한다. 이를 천간합 또는 간합 이라 한다.

갑 + 기
갑·기 → 토
목의 양과 토의 음이 만나 흙의 결로 묶인다 — 중정의 합.
을 + 경
을·경 → 금
목의 음과 금의 양이 만나 쇠의 결로 묶인다 — 인의의 합.
병 + 신
병·신 → 수
화의 양과 금의 음이 만나 물의 결로 묶인다 — 위제의 합.
정 + 임
정·임 → 목
화의 음과 수의 양이 만나 나무의 결로 묶인다 — 인수의 합.
무 + 계
무·계 → 화
토의 양과 수의 음이 만나 불의 결로 묶인다 — 무정의 합.

천간합은 두 글자가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다른 옷을 입는 자리다. 그래서 합이 일어나면 두 글자는 각자의 본래 일을 잠시 멈춘다. 가령 일간 갑 옆에 기 가 있으면, 갑은 갑의 일(추진·시작)을 잠시 내려놓고 기와 함께 움직이는 자리가 된다.

좋은가 나쁜가는 그다음 문제다. 합으로 묶이면서 내가 원래 해야 할 결을 잃는 자리는 답답하고, 합으로 묶이면서 내가 부족했던 결을 보충받는 자리는 풀린다.

땅의 줄에서 모이는 셋, 삼합과 육합

지지의 합은 두 결로 본다. 셋이 모여 한 기운으로 화하는 삼합 과, 둘이 짝지어 묶이는 육합 이다.

먼저 삼합. 열두 지지 가운데 세 자리가 계절의 흐름을 따라 모여 한 기운을 만든다. 시작·왕성·마무리의 세 자리다.

신 · 자 · 진
신·자·진 → 수국
물의 결이 시작·왕성·갈무리되는 셋. 차분히 잠겨 흐르는 결로 묶인다.
해 · 묘 · 미
해·묘·미 → 목국
나무의 결이 시작·왕성·갈무리되는 셋. 솟아 자라는 결로 묶인다.
인 · 오 · 술
인·오·술 → 화국
불의 결이 시작·왕성·갈무리되는 셋. 펼쳐 흩는 결로 묶인다.
사 · 유 · 축
사·유·축 → 금국
쇠의 결이 시작·왕성·갈무리되는 셋. 거두어 단단해지는 결로 묶인다.

삼합은 국을 이룬다 고 표현한다. 세 자리가 함께 있으면 그 사주는 한 기운으로 통째로 기우는 결을 갖는다. 셋이 다 모이지 않더라도 두 자리만 있으면 반합 이라 해서 약하게나마 그 기운으로 묶이는 자리가 된다.

육합은 결이 다르다. 지지 두 자가 마주 보는 자리에서 짝을 짓는다. 자·축, 인·해, 묘·술, 진·유, 사·신, 오·미 — 여섯 쌍이다.

육합은 친밀한 묶임이다. 두 글자가 가까이 붙어 서로의 자리를 부드럽게 인정하는 결. 삼합이 큰 결이라면 육합은 작은 결이다. 큰 결이 사주의 격을 정한다면, 작은 결은 사람의 관계 — 부모·배우자·동업자 — 의 자리에서 더 자주 보인다.

합은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묶임이다. 다만 묶임은 자유가 아니라 약속이다.

합에 관한 두 줄

정면으로 부딪치는 자리, 충

지지 열두 자를 시계 모양으로 둥글게 놓으면, 정반대 자리에 있는 두 글자가 여섯 쌍 생긴다. 그 여섯 쌍이 곧 이다.

자 ↔ 오
자·오 충
물과 불이 정면으로 만난다. 가장 큰 흔들림 — 자리·환경의 큰 이동.
축 ↔ 미
축·미 충
흙과 흙의 충. 같은 결끼리의 부딪침 — 안의 자리, 가족·내실의 흔들림.
인 ↔ 신
인·신 충
나무와 쇠가 부딪친다. 멀리 다니는 일, 이동·여행·이주의 자리.
묘 ↔ 유
묘·유 충
나무와 쇠의 두 번째 충. 결단·다툼·바깥과의 마찰.
진 ↔ 술
진·술 충
흙과 흙의 충. 무덤의 자리끼리 — 오래된 일이 다시 들춰지는 자리.
사 ↔ 해
사·해 충
불과 물이 부딪친다. 결심·전환의 자리 — 마음의 방향이 뒤집힌다.

충의 글자는 물이 부딪쳐 솟는 모양이다. 가만히 있는 자리를 흔들어 깨우는 결. 그래서 충은 흔히 이동·전환·다툼 의 신호로 읽힌다. 사주 원국에 충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기 어렵고, 운에서 충이 들어오면 그해는 자리가 흔들리는 해가 된다.

다만 충이 있다고 해서 흔들림이 나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막힌 자리를 열어주는 충이 있고, 잘 흐르던 자리를 깨뜨리는 충이 있다. 그 차이는 충을 받는 글자가 어떤 자리에 있었는가 에서 갈린다. 비어 있던 자리에 들어온 충은 길을 트고, 모여 있던 자리를 깨뜨리는 충은 결을 잃게 한다.

묶임도 부딪침도 아닌, 형의 자리

마지막으로, 합도 충도 아닌 결이 하나 더 있다. — 두 글자 혹은 세 글자가 만나 자기 안에서 비틀어지는 결이다.

형은 충처럼 자리를 바꿔주지 않는다. 자리는 그대로 두고, 그 자리 안의 결을 비튼다. 그래서 형은 흔히 몸의 자리(건강)법의 자리(시비·송사) 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

형은 네 종류로 본다.

  1. 인·사·신 삼형 — 세 자리가 모이면 지세지형 이라 하여, 자기 힘을 믿고 부딪치는 결.
  2. 축·술·미 삼형무은지형. 가까운 관계에서 서운함이 쌓이는 자리.
  3. 자·묘 상형무례지형. 예가 어긋나는 결.
  4. 진·진·오·오·유·유·해·해 자형 — 같은 글자가 두 번 만나 스스로를 비트는 결.

형이 있는 사주가 반드시 어려운 사주는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은 비틀어지는 자리를 통과해야 비로소 자기 결을 잡는다. 형은 깨끗하게 풀리지 않는 매듭 같은 자리여서, 빨리 풀려 하기보다 그 매듭이 무엇을 잡고 있는지를 보는 일이 먼저다.


합과 충, 형은 사주 해석에서 가장 재미있는 자리 다. 여덟 글자가 그저 나열된 표가 아니라, 서로 끌어당기고 부딪치며 살아 움직이는 그림 이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주는 합만 있는 사주 가 아니다. 묶이는 자리와 흔들리는 자리가 적절히 섞여, 한 사람이 자기 결을 고이지 않게 가져갈 수 있는 사주다. 합이 너무 많으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충이 너무 많으면 흔들려 자리를 잃는다. 그 사이의 결을 보는 일이 명리 해석의 또 한 자리다.

다음 글 예고. 합과 충까지 잡았다면, 이제 일간이 다른 글자들과 어떤 자리 로 맺어지는지를 본다. 그 자리의 이름이 십신 이다.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